마늘종은 마늘이 꽃을 피우기 직전, 5월에서 6월 사이 짧게 출하되는 제철 식재료입니다. 저는 자취를 시작한 첫해에 이 마늘종 한 묶음을 사다가 제대로 망해본 뒤로, 이 요리가 단순히 볶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됐습니다.

아린맛 잡는 볶음 순서, 이것만 알면 반은 성공
자취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늘종 한 근을 사 온 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엄청났고, 일단 씻어서 썰기 시작했는데 크기를 제각각으로 잘라버린 게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볶고 나니 짧은 건 이미 흐물흐물해지고 긴 건 아직 덜 익어서 식감이 따로 놀았습니다. 크기 통일이 이렇게 중요한 요소인 줄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4~5cm 간격으로 고르게 써는 것, 사소해 보여도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두 번째 실수는 처음부터 간장을 들이부은 것이었습니다. 마늘종이 거뭇거뭇하게 변하면서 쓴맛과 텁텁한 아린맛이 올라왔습니다. 그때는 마늘종이 원래 그런 맛인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야 이 아린맛의 원인이 알리신(Allicin) 성분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알리신이란 마늘 특유의 황 함유 화합물로, 항균 작용을 하는 동시에 열에 의해 자극적인 맛을 내는 성분입니다. 이 성분을 제대로 날려줘야 요리의 풍미가 살아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기름을 두른 팬에 마늘종을 먼저 1분 정도 볶다가 미림을 두 스푼 넣으면 아린맛이 확실히 줄어듭니다. 미림이란 찹쌀과 소주를 발효시켜 만든 조미료로, 단맛을 더하면서 동시에 알코올 성분이 기화할 때 잡내와 아린맛을 함께 끌고 나가는 역할을 합니다. 미림이 없다면 소주도 대신 쓸 수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꽤 효과가 있습니다. 미림 넣고 3분 정도 더 볶으면 마늘종이 선명하게 파란빛을 유지하면서 양념이 잘 배어들 준비가 됩니다. 이 상태가 된 다음에야 간장 두 스푼과 멸치 액젓(Fish Sauce) 반 스푼을 넣습니다. 멸치 액젓이란 멸치를 염장 발효시켜 추출한 액체 조미료로, 감칠맛의 핵심 성분인 글루탐산(Glutamic acid)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요리 전체의 맛을 한 단계 올려줍니다. 이 타이밍을 지키는 것만으로 처음 실패했던 그 텁텁한 맛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마늘종 멸치볶음을 처음 시도할 때 실수하기 쉬운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늘종은 4~5cm 간격으로 균일하게 썰어야 볶는 시간이 일정해집니다
- 데치지 않고 그대로 볶아야 쫀득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 간장은 미림 투입 후 3분이 지난 다음에 넣어야 아린맛이 잡힙니다
- 액젓은 반 스푼만 넣어도 감칠맛 차이가 납니다
멸치 식감과 윤기 비결, 조청이 바꿔놓은 결과물
두 번째 볶음 시도에서 아린맛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는데, 이번엔 멸치가 문제였습니다. 중멸치를 그냥 넣어 볶았더니 나중에 딱딱하게 굳어버려서 씹다가 이 아플 뻔했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됐는지 이유도 몰랐습니다.
멸치가 딱딱해지는 건 볶는 과정에서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한데, 볶는 도중 생수 두 스푼을 넣어주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물을 넣으면 오히려 더 흐물흐물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멸치가 촉촉하게 씹히면서 마늘종과 식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또 하나의 팁은 멸치를 넣기 전에 전자레인지에 20초 돌리는 것입니다. 가열 과정에서 멸치 특유의 비린맛 원인인 트리메틸아민(TMA, Trimethylamine) 성분이 휘발되면서 냄새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트리메틸아민이란 생선이나 해산물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분해될 때 생성되는 휘발성 화합물로, 비린내의 주된 원인 물질입니다. 단, 멸치 크기에 따라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는 점은 미리 알고 가면 좋습니다. 잔멸치와 중멸치는 같은 20초에도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데, 잔멸치는 15초면 충분하고 중멸치는 20~25초가 적당합니다.
조청은 윤기를 내는 마무리 재료입니다. 처음엔 없어서 올리고당으로 대신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올리고당도 단맛은 나지만 광택이 조청만큼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청이란 곡물을 발효 당화시켜 만든 전통 감미료로, 점도가 높아 재료 표면에 막을 형성하면서 윤기와 함께 부드러운 단맛을 냅니다. 이 광택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완성된 반찬의 인상을 꽤 크게 바꿔놓습니다. 그 뒤로는 조청을 아예 사다 놓고 쓰고 있습니다.
요리의 마무리는 불을 끄고 참기름 한 스푼, 통깨 한 스푼입니다. 참기름의 향은 열을 가하면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불을 끈 뒤에 넣는 것이 향을 살리는 방법입니다. 완성된 마늘종 멸치볶음을 갓 지은 밥 위에 올리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만큼 밥이 술술 넘어갑니다. 농촌진흥청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마늘종 100g에는 비타민 C가 약 15mg 이상 함유되어 있으며, 알리신 등 황 화합물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제철에 맛도 좋고 영양도 챙길 수 있는 식재료라는 점에서, 5~6월에 마늘종이 나올 때 한 번은 꼭 만들어볼 만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발효 조미료인 액젓류의 감칠맛 성분이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서도 짠맛을 보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마늘종 멸치볶음은 재료가 단순한 만큼 순서와 타이밍이 맛을 결정합니다. 처음 시도하는 분이라면 미림 먼저, 간장은 나중에라는 순서 하나만 기억하고 시작해도 실패 확률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제철 마늘종이 마트에 나오는 지금이 딱 적기입니다. 한 번만 제대로 만들어두면 냉장고에서 일주일은 너끈히 밑반찬 역할을 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