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은 무조건 볶아서 요리했었는데요 기름 두르고 볶다 보면 어느새 물이 생기고 흐물흐물해지는 그 반복을 당연하게 여겼는데, 씨를 제거하고 데쳐서 무치는 방식으로 바꾸고 나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애호박무침, 이렇게 식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예상 밖이었습니다. 씨 제거가 식감을 바꾸는 이유제가 직접 해봤을 때 가장 차이를 체감한 부분이 바로 씨 제거였습니다. 애호박 중앙부의 씨 조직은 수분 함량이 매우 높은 부위입니다. 이 부위를 그대로 두고 열을 가하면 세포벽(cell wall)이 빠르게 무너지면서 조직이 물러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세포벽이란 식물 세포를 감싸는 구조물로, 가열 시 이 구조가 파괴될수록 식감이 흐물거리게 됩니다. 씨 부분을 제거하면 수분 방출 자체가 줄어들기 때..
더운 날 밥상 앞에 앉았는데 젓가락이 도통 가질 않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는 매년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입맛이 뚝 떨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결국 손이 가는 게 오이냉채였습니다. 불도 안 쓰고, 재료비도 얼마 안 들고, 만드는 시간도 10분이 채 안 걸리는데 한 젓가락 집어 먹으면 더위가 싹 달아나는 기분이 드는 요리입니다. 물 없이 아삭하게, 2배 식초와 레몬즙의 조합처음 오이냉채를 만들었을 때 저를 가장 괴롭혔던 건 수분 삼출(syneresis) 문제였습니다. 수분 삼출이란 채소에 소금이나 산이 닿았을 때 세포 안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오이를 무쳐서 5분만 놔둬도 그릇 바닥에 국물이 흥건하게 고이는 게 항상 불만이었거든요. 양념 맛도 희석되고, 아삭한 식감도..
백반집에서 오징어볶음을 먹을 때마다 항상 같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비슷하게 양념을 해도 팬 바닥에 물이 고이고, 식당 느낌은 절대 나지 않더라고요. 저도 한동안 오징어볶음은 그냥 사 먹는 음식이라고 단정 짓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전분 슬러리 코팅법을 알게 된 뒤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전분 슬러리로 수분을 잡는 원리오징어볶음이 물러지는 이유를 두고 양념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직접 여러 번 시도해 보니 핵심은 오징어 자체의 수분 방출에 있었습니다. 오징어는 가열하면 단백질이 수축하면서 내부 수분을 빠르게 배출합니다. 이 수분이 팬 위에서 양념과 섞이면 소스가 묽어지고, 야채는 무르며, 불맛은 어디론가 사라집니다.이를 막는 방법이 바로 전분 슬러리(starch slurry)..
겨울 아침마다 따뜻한 국 한 그릇이 절실하면서도 번번이 포기했습니다. 육수를 내야 한다는 생각 하나가 발목을 잡았거든요. 그러다 냉장고 한구석에 굴러다니던 순두부 하나로 시작한 게 지금은 겨울 아침 루틴이 됐습니다. 코인 육수와 새우젓 조합이 이렇게 조화로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코인 육수와 새우젓, 이 조합이 국물 맛을 결정합니다가장 먼저 짚고 싶은 건 육수입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인 육수는 고형 육수 베이스(Solid Stock Base)의 일종입니다. 여기서 고형 육수 베이스란 멸치, 다시마, 채소 등의 추출물을 농축해서 굳힌 제품으로, 물에 녹이는 것만으로 국물 맛을 낼 수 있도록 만든 편의 재료입니다. 물 800ml에 두 알을 넣으면 기본 국물이 완성됩니다.여기에 새우젓을 가볍게..
멸치 육수가 문제라서 잔치국수를 포기했던 분이라면, 이 방식이 꽤 반가울 겁니다. 코인 육수 두 알과 국간장 한 스푼으로 육수를 완성하고, 손이 조금 더 가는 양념장이 국수 한 그릇을 완전히 살려줍니다. 직접 겪어보니, 허무할 정도로 간단한데 맛은 예상보다 훨씬 제대로 나왔습니다. 코인 육수로 해결한 멸치 육수 문제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잔치국수가 집에서 해 먹기 쉬운 음식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막상 도전할 때마다 멸치 육수 단계에서 번번이 막혔습니다. 멸치 손질하고, 머리와 내장 떼어내고, 볶아서 비린내 잡는 과정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거든요. 결국 "오늘도 라면이나 끓이자" 하고 포기하는 게 반복됐습니다.그런데 코인 육수를 써보고 나서 이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코인 육수란 다시..
여름마다 똑같은 고민이 반복됩니다. 밥은 해 먹어야 하는데, 기름진 건 손이 안 가고 그렇다고 맨밥에 김치만 먹자니 그것도 며칠이 한계죠. 저도 이 문제를 냉장고 앞에서 해결했습니다. 방치해 뒀던 상추 한 봉지와 참치캔 하나로 만든 상추 쌈밥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고 결과물도 예상 밖으로 좋았습니다. 참치 쌈장, 땅콩 하나로 고소함이 달라집니다솔직히 처음엔 그냥 된장에 고추장 섞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만들어보니 땅콩 하나 추가되는 것만으로 결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만드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청양고추 한 개와 대파 흰 부분 10cm를 잘게 다진 뒤, 된장 한 스푼, 고추장 한 스푼, 조청 쌀엿 한 스푼을 섞습니다. 여기에 기름을 따라낸 참치캔 135g을 넣고, 볶음 땅콩 ..